임전택 작가 블로그 삶의 자연을 그리다

02 임전택 시 11

어느 주정뱅이의 소원1

【 어느 주정뱅이의 소원(01) 】 불변의 성령으로 백년 담근 술을 기도하며 마시고 취해, 백치 같은 이 몸과 맘, 살아계시단 그분께 다 보이며 있는 주정 다 부리오리다. 석가의 노여움으로 어릴적 부모님 회초리같이, 들리는대로 가는대로 된통 혼나고, 아파 밤새 율며 당신을 부르고 또 부르고 싶나이다. 성경과 불경의 폭탄주에 취해야, 내 속의 또 다른 내가 죽는다면, 그때는, 신약과 반야경으로 명줄처럼 길고 긴 모시장삼 삼아 내 시신 감싸고프니이다. 이렇게 대들다, 잘났다 꿈틀꿈틀 몸짓 했던 지렁이처럼, "꾹" 밟힐 때 터져나온 똥이 되어도, 나는 정말 원없이 행복하겠나이다. 그것도 아니라면, 있는 그대로의 단 하나인 나, 그 깡마른 명태 품에 안고, 진리의 술항아리 속에 "푸욱" 빠져, 기필코 죽고싶으니..

02 임전택 시 2024.09.12

소넷 154편 중 제 1편

내가 셰익스피어의 소넷이란 시를 처음 접한 건 2016년 모 문에지에 시 글을 응모 하면서이다. 명시가 궁금해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시 10편을 인터넷에서 영어로 검색했다. 그랬더니 이 시가 1순위로 나왔다. 타고르의 시, T.S 엘리엇의 시등이 검색되었던 같다. 해서 고어 영어지만 힘들게 몇 편 읽었던 기억이 난다. 장엄함과, 굴절된 비유나 의인화 상징 없이 인간의 육감을 구동시켜 오욕을 일으키며 칠정을 불태운다는 느낌을 받았었다. 총 154편의 고전 영문정형시 형태인 이 시는 일반적으로 18번이 가장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내겐 1번이 가장 와 닿아 소개한다. 영어번역은 내가 직접 한 것이라 어설플 수 있을 것이다. 언젠가는 154편을 영어 원문으로 다 읽어볼 예정이다. 참고로 소넷은 당시 고전..

02 임전택 시 2024.09.10

객관적 관상물의 오류

객관적 관상물의 오류 청동 임전택 모과는 모가져서 모난 돌이었다 이때, 나는 어디로 튈 것인가 나침판은 심심해 딴 짓 하고 그 잘난 신은 그것도 못 다스리고! 자, 이제 삼단논법에 대해 씨부려보자 계속 씹어대면 두드리면 국물이 나오는 찌그러그진 냄비리라 자, 이번엔 그리 치명적이란 예수나, 석가모니를 들먹이자 뭔가 친숙한 냄새가 날거다 주관적인 항문은 여전히 괄약근 운동 중이다 2024.09.08

02 임전택 시 2024.09.08

넝마 노인

【 넝마 노인 】 내 사는 삶, 내 수레에는 사람은 누구도 나는 태울 수 없다오 할망구조차도 타지않으려 한다오 오가도 않는 자식은 타라하고프오만... 탈 수 있는 객은 이 분뿐이라오 쉬-잇! 그런데 행여 그 손님한테 뭐라 마소 할멈과 내 명줄을 꽉 쥔 갑이라오, 갑... 비가오나 눈이오나 내도 타보지 못한 여기에 짬밥박스조각마저도 귀히 모셔야 할... 그저 내 지쳐 쓰러질 그날까지 말이오 그렇지만 나도 꿈은 있다오 내 곧, 저 속편한 세상에가면 꽃가마 수레에 할멈을 태울 거라오 가마꾼도 사서 말이오 이 버려진 과일은 할망구 선물이라오 그래도 대목이라 좋다오 *청동 임전택 '삶의 자연을 그리다' 중에

02 임전택 시 2024.09.07

귀 임전택 있으나마나한 게 내 몸엔 천지다 그 중에 제일은 이것! 눈으로 보았으면 듣지나 말지 그럼 탈은 안 나지 들었다면 그런가보다나 하지 말하기보다 그걸 꼭꼭 틀어막지 사람 몸의 구멍이란 구멍은 다 화를 부르지 그래서 지렁이는 온 몸이 고막 투성이지 "야, 전택아, 인석아, 너 또 담배 피웠지?, 내가 귀는 안 들려도 후각은 아직도 살아있다, 이놈아!" "아, 예, 아버님, 그게, 저..." 아버님은 후각으로 천리를 보신다 나는 그런 아버님이 엄청 자랑스럽다

02 임전택 시 2024.09.06

발가락이 필요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

발가락이 필요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 임전택 그랬다! 그것은 모이면 수 십 명분의 함성을 쏟아낸다 그것이 흩어지면 누구라도 넘어져야 정상이다 구할 것을 못 구하고, 버릴 것을 구하는 손각시의 웃음 아, 눈망울을 달고 싶어 도망가는 엄지에 눈이 있다면 날 찾아 올거야 달라붙는 새끼손가락은 울음을 터트리겠지 자, 네 발가락, 내 손가락, 그 사람 뒷꿈치, 다 모여라 나는 두 눈을 떼고, 손가락에 10개의 눈을 가질 테야 그때, 넌 꼭, 그걸 발가락 개수에 맞춰야 해 발바닥이 하얀 이유는 수줍어서 그렇다 하지만... 나는, 나는 철~면~피거든! 이제 잡았다! 오른쪽 엄지발가락 이놈아~ 어디 갔다 이제 오니!

02 임전택 시 2024.09.04

답 임전택 답답하네 이 사람아 저기 저 사람 좀 보게나 어슬렁 어슬렁, 궁시렁 궁시렁 이리 비틀 ,저리 비틀 그냥 그러 저러 가지 않나 장미꽃과 호박꽃이 상사병 도지고 푸른 배추벌레도 어쩌다낙엽을 먹고 흰 나비 노랑 나비도 가끔씩 같이 춤추며 눈사람도 봄 꽃이 하늘 만큼 보고프듯 오가는 것이나, 가고 오는 것이나 안 오면 못 가고, 안 가면 못 오니 그 게 그 거 아니면 무엇이리~~~

02 임전택 시 2024.09.04

어떤 진수성찬을

어떤 진수성찬을 임전택 여기저기 떠도는 내 시로 나물을 무치자 파전은 멋대로 생겨야 제맛이니 습작한 것 한 웅큼 계륵 같은 것들은 감초로 사용하고 묵밥같이 써보겠다던 그것도 필요해 얼룩진 시간이 밴 것들은 막걸리를 담가야지 술친구가 없으면 어떠리 신춘문예에 낙방한 녀석들을 밤 새워 위로해도 좋은 것을 아참, 짭짤한 누구한테 선물 하려다 깜빡한 것은 간장이지 이정도면 괜찮치? 부르자 불러! 마시자, 마셔! 세상 시가 흰백이 될 때까지 밤을 지새자 술이 떨어지면 시를 마시자 안주가 떨어지면 시를 먹자 둘 다 떨어지면 내가 시가되어 나를 마시고 먹어버리자

02 임전택 시 2024.09.04